곰팡이의 역사: 그녀를 불안하게하는 가장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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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흙
  2. Clayhill halls of residence 3A2. 첫 자취방.
    Clayhill이란 명칭처럼 진흙 언덕 위에 지어진 기숙사이고 가까운 곳에 공동묘지가 있다. 악명높은 영국 날씨와 1층이라는 점 때문에 해는 들어올 리 없었다. 해가 닿지 않는 곳은 금방 곰팡이가 점령해버렸다. 곰팡이 때문인지 그곳에서 난 많이 아팠다.
  3. 축축한 카펫
  4. 영국 집 바닥의 대부분은 카펫이다. 카펫이 젖으면 카펫 아래, 그리고 카펫과 맞닿은 벽은 (당연히) 곰팡이가 생긴다. 아주 작은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는데 샤워 트레이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은 양이. 건식화장실이었기에 방과 화장실의 구분이 없었고 샤워만 했다 하면 방 카펫의 1/4쯤이 물로 적셔졌다. 그곳에 있던 내내 축축한 카펫 위에서 살았다.
  5. 따뜻한 김
  6. 두 번째 자취방. 서교동 372-8 301호.
    20개 정도의 원룸을 보고 고른, 나름 엄선된 방이었다. 주인 할아버지가 5만 원만 주면 입주청소를 해주신다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입주해보니 화장실은 손도 안 댄 모양이다. 타일 사이 그득그득한 곰팡이. 창문 없는 화장실이라 어쩔 수 없댄다. 코딱지만 한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나면 그 안은 뜨거운 김으로 가득 차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김이 가득 찰수록 곰팡이는 신나는 듯 번식해갔다. 건물 사정으로 3개월 만에 나와 더 넓은 화장실이 딸린 원룸으로 옮겼지만 문 열고, 제습기를 켜고 샤워하는 버릇은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7. 안과 밖의 온도 차이
  8. 세 번째 자취방. 연남동 254-16 201호.
    이번엔 더 꼼꼼히 보고 고른 방이다. 실패는 없을 줄 알았다. 전 세입자가 침대 뒤에 숨겨둔 곰팡이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닦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날이 추워질수록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커졌고 곰팡이의 면적은 더 넓어져 갔다. 그 겨울은 춥게 보냈다. 난방은 최소한으로 틀고 전기장판으로 버텼다. 이번 여름 도배 후 곰팡이는 없어졌지만 다가오는 겨울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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